“서글픈 뱁새의 새끼들”
“서글픈 뱁새의 새끼들”
  • 성광일보
  • 승인 2018.01.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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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 발행인
▲ 이원주/발행인

본지는 지역 신문으로서 오피이언 칼럼이 가장 강한 신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 등 현직 교수들과 지역 인사들이 대거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얻어진 명성이다.

그동안 필진인 교수님들의 글을 담당했던 광진투데이 이상엽 편집국장이 오는 6·13지방선거 출마을 결심하고 지난 12월에 사직을 했다.

퇴사하면서 후임 기자에게 칼럼담당을 넘겼는데 그만 마감일정을 잊고 연락을 하지 못해 이번 호에 칼럼이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필진들에게 긴급히 연락을 취했지만 칼럼을 쓸 시간적 여유가 안된 시점이었다. 갑자기 칼럼이 빠진 신문을 받아든 독자들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마감날 아침 칼럼 고민을 하면서 조간신문을 펼쳐든 필자의 눈에 들어 온 글이 있었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였다. 서지문은 고려대 명예교수로 주 1회 글을 게재하고 있다.

본지 마감날인 23일 조간에 실린 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에서 제니퍼 애커먼‘새들의 천재성’을 인용한 글의 제목이 <서글픈 뱁새의 새끼들>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거침없이 읽었다.  이 글을 혼자 읽기에 아쉬움이 남아 본지에 원문을 그대로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1월 23일자 조선일보 A29면에 게재된 고려대학교 서지문 명예교수의 글.

【탁란조(托卵鳥)인 뻐꾸기는 알이 있는 뱁새 등 숙주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하나 낳아놓고 간다. 뱁새는 둥지의 알을 모두 정성껏 품는데, 뻐꾸기 알이 제일 먼저 부화해서는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둥지에 있는 뱁새의 알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그리고 뱁새가 물어오는 먹이를 혼자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뱁새는 뻐꾸기 새끼가 자기보다 덩치가 몇 배로 커져도 자기 새끼로 알고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우고 비행 훈련을 시켜 떠나 보낸다.

얼마 전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이 모습을 보고 북한의 소행이 꼭 뻐꾸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북한 매체들이 '남조선 당국자들이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을 한다'고 했다는 보도를 보고 실소(失笑)가 나왔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삼수(三修) 끝에 어렵게 따내서 온갖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평창올림픽을 며칠 사이에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절대적 지지와 협조 아래.

북한은 경기에서 뛸 선수는 몇 없는데 수백 명의 공연단, 응원단으로 평창을 점령하고 남한 국민의 혈세로 먹고 마시며 그들의 체제 선전 잔치를 거하게 하겠단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들을 최고급으로 먹이고, 재우고, 체제 선전 무대를 화려하게 마련해 주는 것으로는 부족해서인지 북한까지 올라가서 마식령스키장과 금강산을 북한의 관광 자원으로 홍보해 주겠단다. 그리고 우리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은 연기하고, 북한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지켜볼 모양이다.

아무리 황송하게 받들어 모셔도 김정은 일당에게서는 조롱과 모욕, 더 지독한 핵 공갈밖에는 돌아올 것이 없음을 진정 모르는가? 마침내는 우리 선수를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려 북한 선수를 들이고 둥지에 '뻐꾸기' 깃발을 꽂아 둥지마저 헌상(獻上)하려 하니 뱁새는 다시 자기 둥지에 몸을 누일 수 있을까?

제니퍼 애커먼의 '새들의 천재성'을 보면 뻐꾸기는 갓 낳아서는 뇌 용량이 다른 새 새끼들보다 큰데, 숙주 어미의 알들을 떨어뜨려 죽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다음엔 뇌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에서 cuckoo는 '얼간이'의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가 뻐꾸기에게 조종당하는 뱁새의 새끼들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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