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구름, 솜사탕 구름
뜬 구름, 솜사탕 구름
  • 성광일보
  • 승인 2017.10.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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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김정숙 논설위원

하늘의 구름이 비가 되거나 눈이 되어 내린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가르침은 성인이 되어 생각해도 공갈 같았다.

땅에서 올려다 본 구름은 늘 평면 이었다.
푸른 물색에 덧 입혀진 하양색 평면.
평면의 구름은 파랑 물감에 섞여 그저 안방 천정의 도배지처럼 저 높은 곳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공갈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안 건 성인이 되어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 볼 때였다.
거대한 비행기가 많은 사람을 싣고 하늘을 나는 동안 비행기는 구름 위를 걸었다.
다리도 없는데 유유히 잘도 걸었다.

슉슉, 드르륵드르륵 , 자동차나 기차의 바퀴 마찰음도 없이 비행기는 구름 워를 달렸다.
땅에서 본 평면의 구름이 비행기 아래에 솜사탕 섬처럼 깔려 있었다.
남자들의 면도 거품이 큰 산을 이루어 몽실몽실 펼쳐져 있었다.
구름은 실체였다.
비행기 창밖으로 잠자리채를 휘저으면 구름이 잡힐 것만 같았다.
그 구름을 손에 쥐면 비도 되겠고 눈도 될 것 같았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공갈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군에 다녀 온 아들이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갔다.
미성년자였다면 가출이었을 사건이 그나마 군에라도 다녀 온 성인이기에 잠시 출타 한 사건이다.

아들은 엄마의 간섭이 못 마땅했고 엄마는 아들의 현실이 답답했다.
세대차이가 흥분했고 세대 공감이 교란했다.
대학생만 되면 철이 들까 군에 다녀오면 철이 들까.
아들의 철들기만을 재촉하던 엄마의 바램은 사사건건 아들을 간섭했다.
이제나 저제나 어른 대접 받으며 스스로 해 보겠다던 아들의 의지는 엄마의 간섭에서 기를 못 썼다.
기가 꺾이고 시행이 착오되고 좌충우돌 갈피를 못 잡던 아들의 자존은 휘청대며 아파했다.

죄충우돌의 순간에 세대차이가 끼어들어 더 큰 간극을 그었다.
세대공감이 맥을 못 출 때 광분의 소리가 한숨의 울분이 모자를 갈랐다.
아들의 눈에 엄마의 구름은 평면이었다.
엄마의 눈에도 아들의 구름은 평면이었다.

구름이 녹아서 비가 되고 눈이 된다는 엄마의 가르침은 공갈이었고 아들의 장담도 엄마에겐 공갈처럼 들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공갈의 훈계와 공갈의 발길질로 마음을 찢었다.
상처 난 마음을 부여잡은 아들이 집을 나갔다.
상처 난 마음에 한숨짓는 엄마가 혼자 울었다.
언제쯤이면 평면의 구름에서 비가 내린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눈으로 내린 게 평면의 구름이었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긴 시간 발을 돋았다.
한참을 돋았다.
평면의 구름 위 솜사탕 섬의 구름과 면도 거품구름에 닿기 위해 발을 돋았다.
이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발을 돋으면 구름위에 가리라.
거기에 닿으면, 비가 된다던 구름이, 눈이 된다던 구름이 공갈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알게 되리라.

오늘도 모자의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린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언젠가는 비행기 뜨리라.
그날 우리는 솜사탕 구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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