쥑이뿐다 !
쥑이뿐다 !
  • 성광일보
  • 승인 2017.09.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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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김정숙/논설위원

기분이 확 좋았다가 확 나빴다가, 버럭 화를 내면서 급 우울해지는 조증과 울증이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조증으로 기분이 널을 뛸 땐 오버하는 행동에 주위사람들이 덩달아 신나다가 경계했고 울증으로 소파가 꺼지라고 몸을 쳐 박을 땐 TV 드라마만으로도 눈물과 콧물을 짜며 세상사는 게 허무했다.

감정의 기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들락날락하는 동안 내 푸념으로 내 고민으로 전화를 받아야하는 주변인들은 큰 비에 흙탕물 튀기며 지나는 자동차 바퀴를 만난 것처럼 길을 가다가 잠을 자다가 화들짝 놀랐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번엔 또 뭔데?' 로 응수하는 언니는 '이젠 하두 들어서 어지간한 푸념은 눈 깜짝도 않는다.'며 설거지와 전화통화를 동시에 하는 여유도 보였다.

푸념이 길거나 깊어서 들어주기 힘들면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 내 말을 털어냈고 그냥저냥 들을 만 하면, '끙! 사는게 뭔지!'라며 내 푸념에 공감하는 건지 긴 푸념을 받아줘야 하는 친족의 혈연이 원망스러운 건지 도통 알 수없는 긴 호흡의 길을 걸었다.

조증의 높은음을 낼 때마다 세상은 살만했고 울증의 저음이 입에서 웅얼거릴 때 마다 세상은 활활 타던 장작이 폭우에 맥을 못 추는 불길처럼 허무했다.

살면서 한 번은 온다는 갱년의 시간이 한강의 둑처럼 길게 누워 걸을 만 하면 폭우가 내리고  해가 나와 걸을 만 하면 내리쬐는 햇볕으로 목과 팔과 엉덩이에 땀띠가 내렸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땡볕을 피하는 개미의 수근거림 처럼 조심스런 길을 가고 있을까, 폭우와 굉음의 큰 소리에도 꿈쩍 않고 길을 가는 자동차처럼 달리고 있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나를 뒤돌아보라는 말도 위안이 되지 않는 나의 조울은 한참을 기다가 한참을 눕다가 한참을 뒤척이다가 세상으로 나오더니 길의 미용실에 멈췄다.

머리를 자를까 파마를 할까.
“제가 원하는 스타일은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 방식, 저 방식! 두 가지가 있어요. 둘 중에 한 가지를 택하세요!”
주인이 명령한 헤어스타일에 내 가슴속 침잠하던 화가 치밀어 결국 붙었다.
“나는 그 두 가지 방식 어떤 것도 원치 않아욧!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해 주세욧!”
캥캥한 미용실 원장의 높은 음 위에 더 높은 내 목소리 날아가 소리를 잡았다.
“칵!”
“고마 조용히 하라카이!”
“지금 건들면 쥑인다카이!”
만만찮은 갱년들 미용실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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