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잊어서는 안 될 67년 전의 우정
<독자 기고> 잊어서는 안 될 67년 전의 우정
  • 성광일보
  • 승인 2017.07.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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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보훈청 홍보담당 오제호

‘가난하고 천한, 즉 어려운 시절의 사귐은 잊어서는 안 된다’[貧賤之交不可忘]라는 말이 「후한서(後漢書)」 송홍전(宋弘傳)에 전한다. 당시 송홍은 일찍 과부가 된 누이의 남편이 되어달라는 광무제의 부탁을 거절했다. 군주의 부탁이자 큰 명예를 거절한 송홍의 항변은 지금의 아내와 어려움을 함께했다는 것이었다[糟糠之妻不下堂]. 시련과 고난의 시기에 받은 도움, 혹은 그러한 시기를 함께하면서 쌓인 정을 버릴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당연한 진리는 비단 약 2천년 전의 중국의 역사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67년 전의 우리의 역사에도 유례는 존재한다.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으라 한다면, 국권피탈과 6·25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양자는 모두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었지만, 그 진행 양상은 전혀 달랐다. 전자의 경우 고립무원의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제국은 속절없이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반면 후자는 남침으로 망국의 문턱까지 간 상황에서 놀라운 반전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기적 속에는 홀로 외로웠던 1910년과는 달리, 전쟁의 어려움을 함께 해 준 ‘벗의 나라[友邦]’가 있었다.

6·25전쟁 발발 2일만에 한국에 당도한 미군을 필두로 21개국(의료지원 5개국 포함) 연인원 1,957,616명의 UN군이 3년 1개월 동안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 주었다. 이 과정에서 전사한 37,902명을 비롯해 151,129명의 UN참전용사가 부상, 실종 혹은 포로가 되었다. 참전 유엔군의 첫 전투인 오산 죽미령의 싸움에서 180명 이상이 전사·실종된 것을 비롯해, 7천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장진호전투, 3천명 이상이 희생된 군우리전투 등 UN군은 지형과 혹한 등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한민국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의 반전을 이루어 냈고, 정전협정이 발효된 1953년 7월 27일 24:00까지 우리나라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UN참전국의 도움은 비단 6·25전쟁 기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전협정 체제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군사정전위원회 설치, 한국 주둔 등 UN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전후 폐허와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경제 등 비군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렇듯 6·25전쟁이라는 어려움을 통해 맺어진 UN참전국과의 우정은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가 도움을 받은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이자, 은례를 갚는 나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그간 국내로 한정되었던 보훈정책의 외연을 UN참전국으로 확장한 국제보훈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는 UN참전용사 재방한 사업, 경제적으로 어려운 참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후손 장학사업, 범세계적 추모 캠페인인 Turn Toward Busan 등이 있다.

7월 23일부터 6박 7일간 개최되는 ‘UN 참전국 교사 평화캨프’ 또한 이러한 시책의 일환이다. 참전국 교사 30명은 현충원, 판문점,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고 향후 자국의 학생들에게 6·25전쟁의 역사와 참전용사들의 희생·공헌의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어려움을 함께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UN참전국들에게 전달될 것이며, 이에 대한 화답은 참전국과의 영원한 우의, 그리고 이에서 파생되는 외교적 파급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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