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로컬리스트 첫걸음, 우리 마을 이름의 유래 알기
광진 로컬리스트 첫걸음, 우리 마을 이름의 유래 알기
  • 성광일보
  • 승인 2017.03.27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종 군 교수/건국대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 김 종 군 교수/건국대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근래에 들어 지역 활동가를 뜻하는 용어인 로컬리스트(Localist)가 지자체의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로컬리스트란 지역에서의 일상과 사회적 가치에 우선 순위를 두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단체 및 기관 · 사회경제조직 · 마을공동체 사업과 관련된 사람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주민을 포함하는 용어이다.

재개발이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이주하는 새로운 입주자들이 대부분인 현재의 도시문화 속에서 로컬리스트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주거하는 공간과 직장이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경제 활동 세대에게 자신의 주거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는 일은 더구나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질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일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이나 쉬는 날 우두커니 집안에서 소일하기보다는 인근의 공원이나 마을 명소들을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면서 눈요기를 하는 편이 유익하고, 자기 지역에 애착을 가지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거창한 활동을 기대하는 로컬리스트라기보다는 내가 사는 마을의 이름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고, 집 앞 공원에 서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에는 어떤 전설이 깃들어 있는지, 사람들 사이에 소문난 동네 맛집을 한번 찾아보는 소소한 일들이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좀 더 마음을 내게 된다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문화 형성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진정한 로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광진 로컬리스트로서 첫걸음을 떼기 위해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의 유래 정도는 알아 가자고 제안해 본다.

지면 관계로 필자가 근무하는 건국대학교 주변 지명에 대해 우선 이야기해 본다. 건국대 주변 지명은 학교 설립자 상허 유석창선생이 심혈을 기울인 농축산 관련 교육사업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어 흥미롭다.

조선시대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뚝섬지역은 수초가 많이 우거져 국가에서 말을 키우는 방목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양동(紫陽洞)은 원래 암말만 주로 키워서 자마장리(雌馬場里)로 불리던 것이 일제 때 와전되어 자양동으로 굳어졌고, 현재 축산물 도매가 이루어지는 마장동은 수컷만 주로 키워서 웅마장리(雄馬場里)로 불렸는데 약간의 변화를 거쳐 그대로 남았다고 한다. 건국대를 지칭하던 장안벌 역시 마장안벌에서 유래한 것으로, 방목장 안쪽의 벌판이라는 뜻이다.

 

더불어 건국대의 현재 주소지인 화양동과 능동은 조선의 역사와 관련되어 유래한 지명들이다. 화양동(華陽洞)은 조선 세종임금이 별장으로 세운 화양정(華陽亭)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한강변 목초지에서 떼 지어 돌아오는 말들을 보고 ??주서(周書)??의 '귀마우화산지양(歸馬于華山之陽)' 구절을 떠올려 화양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처음 화양정은 백 칸이 넘는 대규모 정자였다고 하는데, 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형인 양녕대군이 도성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세종이 직접 도성 밖인 이곳으로 나와 형제간의 정을 나누던 애틋한 장소로도 전해진다. 이곳은 또한 어린 단종이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유배길에 광나루로 가면서 거친 곳이었으므로, 백성들은 단종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행정(回行亭)'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능동(陵洞)은 현 어린이대공원에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었던 순종황제의 초비 순명황후 민씨의 유릉(裕陵)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황태자비 신분으로 죽었으므로 처음에는 유강원(裕康園)으로 불렸는데, 순종이 즉위한 후 유릉으로 승격되었고, 민간에서는 왕릉이 있는 마을이라고 '능말'이라 불렀다고 한다. 1926년 순종황제가 승하한 후 남양주 금곡으로 능을 이장한 후 미군정 시기부터 골프장으로 쓰이다가 1973년 어린이대공원이 개장하게 된다.

예전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 마을에 대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마을 이름의 유래를 알려주고, 마을에 깃든 전설을 이야기하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숨은 로컬리스트들이었다. 우리도 자녀들에게 내가 사는 마을의 지명 유래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숨은 로컬리스트로 거듭나보는 것은 어떠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