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해의 호국대룡(護國大龍)과 서해의 호국영웅(護國英雄)
(기고)동해의 호국대룡(護國大龍)과 서해의 호국영웅(護國英雄)
  • 성광일보
  • 승인 2017.03.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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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서울지방보훈청 홍보 담당

▲ 서울지방보훈청 홍보 담당 오제호

삼국유사 제2권 기이(奇異) 제2 편에는 ‘짐은 죽어서 호국대룡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朕身後願爲護國大龍 守護邦家]’는 유언에 따라 대왕암에 수장(水漿)되어 동해의 호국대룡(護國大龍)이 되었다는 문무왕에 대한 기록이 있다. 20년 간의 재위기간을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고자 헌신한 것에 더해, 죽어서도 신라의 존속과 평화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지극한 호국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문무왕은 신라의 백성들로 하여금 국토수호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호국신(護國神)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렇듯 1400년 전의 신라인들에게는 동해의 호국대룡이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의 서쪽 바다를 지킨 호국영웅들이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1400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동서 호국신들(護國神)에 대한 이야기와 그 함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문무왕은 생전에 삼국통일을 완수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게 했음에도 호국의 유지(遺旨)를 남길 정도로 국토수호에 대해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사실, 백제와 고구려를 연이어 멸망시킨 신라의 통일대업은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백제와 고구려 부흥군의 저항과 당나라의 한반도 지배 움직임으로 신라는 백강, 매소성, 기벌포 등지에서 국운을 건 전쟁을 해야 했다. 즉 삼국통일은 평화의 도래인 동시에, 이를 지키기 위한 외세와의 또 다른 전쟁의 서막이었음을 깨달은 문무왕이 국토수호 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700년 간 적이었던 고구려와 백제 유민으로 인한 통일신라의 분열 또한 난제였다. 때문에 문무왕은 백제인을 중앙군[백금서당(白衿誓幢)]에 편성하고 고구려의 후예인 안승(安勝)을 보덕국왕(報德國王)으로 봉하는 등 유민들을 적극 흡수·포용하는 통합정책을 폈다. 동해의 호국대룡 유지(遺旨) 역시 정신적 측면의 통합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삼국의 공공의 적이었던 일본과 중국의 침입으로부터 통일신라를 수호하겠다는 대승적 호국의지를 용이라는 영물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삼국의 백성들이 호국의식을 기반으로 합심할 수 있는 상징적 기제를 구성해 낸 것이다.

이렇듯 통일신라의 수호와 통합을 위한 상징적 기제인 ‘동해의 호국대룡’은 오늘날 서해상 NLL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서해(수호)의 호국영웅’과 이들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로 계승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 날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서해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우며, 국토 수호 결의를 다지는 행사를 하는’ 정부기념일로 명문화되어 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서해수호의 날은 1400년 전 문무왕이 그랬듯이 제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외침으로 인한 안보현실과 이에 대한 정신적 대비를 국가 차원에서 다루는 날인 것이다.

즉 겉으로는 평화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해상에 잠든 55인의 호국영웅 등 냉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지속적 희생이 요구되는 우리의 현 안보 상황은, 문무왕이 극복해야 했던 평화 속 위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한편 국가 안전보장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분열을 겪는 오늘날의 상황 또한 통일 직후 신라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해수호의 호국영령 55인은 우리에게 ‘천하가 비록 평안해도 전쟁을 망각하면 반드시 위기가 옴[天下雖安 忘戰必危]’을 깨우쳐 호국의지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한편 이들을 기리기 위한 서해수호의 날은 국토수호·안전보장에 대한 국론을 통합해, 국가의 존속·발전을 위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상징적 기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앞선 논의를 종합하자면 문무왕이 동해의 호국대룡이 되겠다는 유지를 거듭 공언한 기저에는 백성들의 투철한 호국의지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화학적 차원의 삼국통합이 통일신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는 사실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통일 직후의 신라와 유사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현대판 ‘동해의 호국대룡’이라 할 수 있는 ‘서해의 호국영웅’과 이들을 기념하는 ‘서해수호의 날’의 존재는 분명한 기회요인이다.

다만 이렇듯 훌륭한 ‘서해수호의 날‘ 이라는 기회요인을 현재의 위기 극복에 요긴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회요인이 발현될 우호적 환경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해의 호국영웅’과 이들을 기념하는 ‘서해수호의 날’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도 제고이다. 통일신라의 경우 ‘동해의 호국대룡’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 감은사와 대왕암을 국가 성지로 관리하고, 민간에서는 문무왕을 신라의 ‘호국신’으로 추앙하는 등 관민의 유기적 호응 하에 적극적 선양이 이루어졌다. 이는 지난 3월 24일 보여주었던 국가 전체의 서해수호의 날에 대한 관심과 동참이 상례화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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