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성광일보
  • 승인 2016.12.30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빙빙빙
▲ 논설위원

물론 나도 처음엔 신기 방기한 물건이 손에 들어왔을 땐 오른 손에 끼고 있는 왼 쪽 고무장갑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그런대로 설거지를 하다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처럼 스마트폰(스폰)도 그랬다.

수십년 간 감옥에서 지내던 죄수가 바깥 세상에 나와서 시대를 건너 뛴 문화를 경험하는 것처럼 혜성같이 나타난 스폰은 세상 사람들 모두를 흥분에 들뜨게 했다.

조석으로 신문에 도배를 하는 스폰 얘기와 “9시 뉴스”의 단골 메뉴로 오르는 신출귀몰한 기계는 TV와 라디오와 오디오와 카메라와 네비게이션과 녹음기와 컴퓨터와 심지어 전화번호부 114와 공중전화 산업, 외식산업까지 한 방에 먹어버린 것을 알렸다.

기왕 먹힌 산업들은 부랴부랴 또 다른 파생상품을 내 놓아 덤으로 먹히기를 자청했고 손바닥 만한 기계에 세상 살림이 들어찼다.

대박의 물건이 대박을 치는 시장에서 부자재 생산 업체들이 떡고물을 챙겼다. 액정회사와 케이스 생산회사, 심지어 충격방지를 위한 네모난 종이 조각과 필름 업체, 여하간 주변 산업들은 얼씨구나 좋구나 물을 타고 파도를 탔다.

사람들은 눈이 벌개 지도록 밤이 새거나 새벽이 올 때까지 기계를 탐닉했고 엄마 몰래 컴퓨터를 붙잡고 야동을 즐기던 사춘기 소년의 밤은 이불 속에서 손바닥 만한 기계로도 청춘의 여드름을 달랬다.

인간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안에서나 밖에서나 부지런히 액정 위를 달리는 혹독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장시간 스마트폰 청광에 노출 된 사람들의 안구는 충혈 되거나 뻑뻑하거나 따가워서 인공눈물 회사의 매출이 뛰었고 메뚜기도 한 철이던 안과 병원은 사시사철 메뚜기가 뛰어노는 황금 밭이 되었다.

그리고 스폰 문제로 한 바탕 다툰 그 집의 아내는 부엌에서 안방의 꼴 보기 싫은 남편에게 “밥 먹으라”는 문자를 보냈고, 항복의 표시로 의무방어 중이던 남자는 수시로 “까똑” 대는 소리 덕분에 자신의 행동을 정당 방어라고 호소했다.
스폰으로 지지고 볶아 지친 남자가 산에 오른다.
그의 배낭에서 스폰이 울린다.
"따르르르르르릉...”
"웅, 어디냐구?”
"마누라랑 한 바탕 하고 산에 가는 중이여 !”
"웅, 왜 싸웠냐구?”
"웅, 스마트폰에 정신 팔려 사는 귀신같다고 바가지를 긁는 거여!”
"웅, 스마트폰 많이 하냐구?”
"아니여, 마누라가 드라마 보니까 그저 야구보고 뉴스 보는 거지!”
"웅, 전화기로 볼 수 있으니께...”
"웅? 뭐라고 ? 안 들리는디?”
"아 ! 그려? 아니여 !”
"산중턱까지만 올라갈겨!”
"웅, 그려!“
"도착해서 멋진 풍경 찍어 보낼게.”
"웅? 저녁에 한 잔하자고?”
"웅. 그려, 이따 저녁에 만나자구 !”
"웅, 그려”
"아니여. 아 그렇구먼!”
“그려 ! 아니여 !”
“그려 ! 아니여! 그려 ! 아니여!.......”
스폰 세상에 스폰이 산에 오른다.
집에도 도로에도 산에도 화장실에도 버스에도 온 세상에 스폰이 판을 친다.
뒤 따라 오르는 중년 남성의 스폰 하나 더 울린다.
노래 가락 흐른다.
" 쿵짝 쿵짝 꿍짜작 쿵짝 , 네박자 속에 ....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쿵짜자작짝 스폰하는 마음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쿵짜자작짝, 네 박자 속에 스폰에 의한 스폰을 위한 스폰의 세상이 돌아간다.
빙빙 돌아간다.
돌아버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